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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2010년 1월 1일은 우리나라 지방세제에 있어 일대 전기가 마련된 역사적인 날이다.
지난 1949년 5장 75개조의 간단한 형식으로 지방세법이 제정된 지 61년만에 국세 중 일부나마 지방으로 이양되는 첫 사례를 기록한 해이기 때문이다.
제헌헌법 제97조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를 근거로 1949년 7월4일 지방자치법이 제정되었으나 1950년 6.25전쟁으로 중단된 후 1952년 4월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지방자치가 시작되었다.
1960년 6월 15일 개정된 제3공화국헌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은 법률로서 정하되 적어도 시, 읍, 면의 장은 그 주민이 직접 선거하도록 헌법적 근거를 강화시켰으나 1961년 5월 16일 군사혁명과 1972년 유신헌법으로 완전히 소멸되었다.
그 후 1988년 「지방자치법」의 개정과 1991년 지방의회의 구성,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의 직선 등의 과정을 거쳐 명실 공히 지방자치가 부활되어 국가의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이양 되었으나 그에 따른 재원은 단 한건도 이양된 것이 없었다.
세입구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 총 수입액에서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주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오히려 줄어드는 반면, 지방교부세와 보조금 등 이전재원은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국가에 의존하는 지방재정의 구조 속에서 진정한 지방자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한 것이 국세의 일부 이양을 통한 「지방소비세」 도입이다.
지방소비세 도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한 사람으로서, 지방소비세가 국가로부터 우리시의 지방소비세 계좌를 거쳐 16개 시,도로 세입 조치된 지도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이 시점에서 지방소비세 도입과정과 그 효과에 대하여 간단하게나마 정리해 보는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Ⅱ. 본 론
1. 지방소비세, 왜 필요한가?
재정상태가 양호한 자치단체로 평가받던 경기도 성남시가 최근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지방재정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1995년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총 채무가 11조 5,0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25조 6,000억원까지 증가했고, 공무원의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해 사실상 재정파산 상태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4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이처럼 악화된 원인은 지방세가 국세에 비해서 탄력성이 작은 재산과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지방세가 자치단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로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도 21%에 불과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우리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재정수요는 매년 평균 8%씩 증가한 반면, 지방세인 시세는 평균 4% 신장에 그치고 있다.
국가와 지방간 세입규모는 8:2로, 선진국인 일본의 6:4, 미국·독일 5:5 등에 비하여 지방세 비중이 극히 미약한 실정이다. 반면에 교육·복지·의료 등 지방재정수요는 그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특히, 최근 경제위기를 맞아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저소득층 지원, 내수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국가와 지방이 4:6의 비율로 오히려 지방이 국가보다 많은 재원을 사용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부족한 재원은 정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방재정의 현 주소다.
특히, 재산과세 중심의 지방세는 소득·소비과세 중심의 국세에 비하여 세수 신장성이 미흡하여, 국세 대비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 23.3%에서 2007년 21.2%로 감소하였고,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지방세의 비중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진입도로 건설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기업을 유치하더라도 그에 따른 세수는 대부분 국세로 귀속되는 구조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 상암 DMC : 우리시 투자비용 4,200억, 생산유발효과 15조8천, 국세 2,180억, 지방세 600억
(취득, 등기시 1회에 한해 수입 발생)
※ 서산 대산공단 : ’06년 매출액 166조, 국세 2조7천억, 지방세 188억(국세의 0.7%)
※ 함평 나비축제 : 관광객 126만명, 행사관련 SOC 지출액 1,100억, 지방세 全無
따라서, 안정적 재원확보와 재정자율권 확보를 통한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소비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우리시를 포함한 16개 시·도의 공통된 의견이었으며, 이러한 공통된 견해를 바탕으로 지방소비세 도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2. 어떤 과정을 거쳐 도입되었나?
지방소비세가 도입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는 물론 정계·학계를 불문하고 앞서 언급한 지방재정의 본질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며, 특정한 어느 한사람의 성과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다고 잘못 알려진 우리시가 지방소비세 도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또 얼마나 큰 양보를 했는지 서술해 보고자 한다.
내가 2008년 1월 서울시청 세제과장으로 부임한 때는 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 인수위가 활동하던 시기로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각종 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요구사항이 쏟아지던 때였다. 당시 나는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를 방문하여 감세정책 등에 따른 세수감소분 보전과 열악한 지방재정의 확충을 위해서는 지방소비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타 시도와의 공동대응을 위해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지방소비세 도입을 위한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곧이어 자치구 재무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지방소비세 도입을 위해 자치구가 통일된 목소리를 내 줄 것을 요청한 후, 2008년 3월에는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실을 방문하여 지방소비세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협조를 요청하였다.
또한, 지방소비세가 도입되면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시를 비롯한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자치단체를 수시로 만나 지방소비세가 도입될 수 있도록 협력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특히, 2008년 5월에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참여하는 토론에 대비하여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지방소비세 배분방식을 놓고 자치단체 간 격렬한 의견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자치단체 간 이해관계를 떠나 진정한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지방소비세가 도입될 수 있도록 지방의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타 시도 세정과장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지방소비세 도입방안이 점차 윤곽을 갖추었고, 행정안전부는 16개 시·도의 결집된 의견을 바탕으로 기획재정부와의 토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리시를 비롯한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자치단체의 희생이 필요하였다. 바로 수도권 자치단체로 와야 할 지방소비세 일부를 비수도권 자치단체 지원에 활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재원조정방안이 추가된 것이다.
통계청 발표 민간최종소비지출 지표를 기준으로 배분할 경우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던 우리시의 지방소비세 규모는 지역별 가중치를 적용함에 따라 4천억원으로 대폭 줄었 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종전에 부동산 취·등록세 감소분을 보전해주던 부동산교부세가 전액 기초자치단체에 균형발전재원으로 교부되도록 변경됨으로써 우리시가 부동산교부세 교부대상에서 제외되고, 더불어 지방소비세의 35%를 지역상생발전기금으로 출연하게 되어 실질적인 가용재원은 오히려 3천 500억원이 감소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러나 당장은 실질적인 세수증가효과가 없더라도 안정적 재원확보와 재정자율권 확보를 통한 지방자치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소비세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신념 이었다.
오세훈 시장님의 명을 받아 2009년 3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민간특위 위원장을 방문해서 지방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서울지역 국회의원 48명에게 시장 명의의 서한문을 발송하는 한편, 여야 중진의원(20명) 및 서울지역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5명)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5명)의 개인 사무실을 방문하여 협조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또한, 언론을 통한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일간지인 한국일보와 문화일보, 전문지인 한국세정신문에 지방소비세 도입의 필요성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지방소비세 도입을 위한 지방세법개정안이 2009. 12. 31.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10. 1. 1. 공포되었다.
Ⅲ. 맺는 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61년에 걸친 지방세 역사에 있어 일대 변혁이라 할 수 있는 지방소비세 도입은 어느 특정인 때문이라고 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노력의 결과이고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장황하게 서술한 이유는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우리시를 비롯한 특정 자치단체가 막대한 이득을 받고 있다는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한편, 지방세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을 비롯하여 조세나 재정에 관심을 갖고 계신 많은 분들께서 지방소비세 도입이 왜 필요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떻게 도입되었는지 정확하게 알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5%에 불과한 현행 지방소비세율을 당초 정부방침대로 2013년부터 10%로 인상할 수 있도록 하루속히 지방세법을 개정하길 바란다.
아울러 의존재원에만 얽매여 국가로부터 도움만 받으려는 무사 안일한 습성을 버리고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재정의 자율권을 확보하도록 우리 모두 뼈를 깎는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도입된 지방소비세로 지방재정이 일부 확충되었다 하더라도 지방세 규모는 아직도 국세의 2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리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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