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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면 누구든지 납부할 의무가 있는 세금 즉, 조세(租稅)는 그 글자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곡물이나 벼(禾)를 수확하여 그 일부를 떼어서(차:且) 관청에 바쳤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를 보더라도 곡물이나 특산물을 세금으로 내는게 대부분이었고 일부는 노역(勞役)으로 세금을 대신하기도 했다. 사실 노역제도는 1970년대 중반까지 존재했었다. 비포장 도로를 매끄럽게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자갈과 모래를 포설(鋪設)해야 하는데 그 조달 및 포설 비용을 주민들이 노역으로 대신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세금을 血稅라 부르기 시작했다. 과연 타당성이 있기나 하는 말일까?
사람이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정신과 육체, 그리고 피(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삼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서 정신과 육체가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피가 없거나 부족하게 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혈세라는 단어에는 아마도 인체에 있어서 피와 같이 귀중한 것 또는 피땀을 흘려 얻은 소득의 일부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달리 표현하면 사람에게는 피와 다름없는 정도로 귀중한 것을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거둔 것이 바로 세금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의 입장에서 세금은 어떠한 존재인가. 개인은 출생과 동시에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며 기업 또한 일정 요건을 갖추어 등기하면 개인과 마찬가지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따라서 기업도 정신과 육체 그리고 피가 있어야만 온전하게 존속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기업에 있어서 정관은 사람의 정신에 해당하고 조직과 구성원은 사람의 육체와 다름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피(血)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돈이다. 정신에 해당하는 정관(定款)과 육체에 해당하는 조직과 인원이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다 해도 기업을 움직이는 피(血) 즉 돈이 없으면 기업은 존재할 수 없고 즉시 망하게 된다. 그래서 기업이나 개인을 막론하고 존재하기 위해서는 돈을 모아야 하며 돈을 모으기 위해서 때로는 피와 같은 땀을 흘려야 하는 것이다. 작금의 세계경제 위기도 한마디로 기업이 필요한 돈의 부족에서 발생한 것이다. 適期에 수혈을 못해서 세계 굴지의 일부 기업은 사망 즉 파산에 이르렀다.
이렇게 볼 때 국가나 자치단체가 법률이 부여한 공권력에 의하여 거두는 세금은 바로 기업이나 개인이 피를 흘려가며 모은 돈(血)을 거두는 것이니 血稅라 칭하여도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니라 하겠다.
그렇다면 적정한 혈세는 어느 정도이어야 할까.
기왕에 피(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였으니 사람의 적정 채혈량을 기준으로 판단해보자. 혈액은 인체의 약 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체중이 65킬로그램인 사람은 약 5,200시시 정도의 혈액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대한적십자사의 자료에 따르면 채혈은 전혈채혈, 혈소판채혈, 혈장채혈의 세 가지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혈액의 성분을 구분하지 않고 채혈하는 전혈채혈의 경우 1회당 320시시 또는 400시시를 채혈하고 있다. 이는 인체에 무리가 없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는 적정한 채혈량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 채혈량은 체중 65kg인 경우 각각 전체 혈액의 6.2%와 7.7%에 해당한다. 채혈량을 세금으로 가정하면 채혈량은 적정 세금이 되고 인체의 총 혈액량은 과세표준에 해당한다. 채혈빈도는 최소 2개월이므로 기업으로 보면 사업연도, 개인으로 보면 과세기간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겠다. 채혈 후 사람이 빈혈을 느끼지 않게 또는 빈사상태에 이르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적정한 채혈을 하여야 함은 두 말 할 나위가 없겠다. 채혈 좀 하겠다고 하다가 사람이 죽어서야 되겠는가.
이를 기업에 비교하면 총 혈액량(과세표준)은 경상이익이 될 것이고 개인의 경우에는 과세대상 소득이 될 것이다. 이 중에서 채혈 가능량(세율)은 6.2% 내지 7.7% 정도인데 실제 세율은 어떠한가. 소득세율은 6%~33%이고, 법인세율은 11%~22%이다. 최저세율로 보면 적정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누진세율을 감안하면 아직도 적정 세율의 3배 내지 4배 이상 높은 세율이다. 하지만 소득세율이나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하게 되면 국방, 외교, 지역개발, 사회복지 등 또 다른 분야에 수혈(지출)을 하는데 피가 부족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일시에 이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채혈에서 제외된 개인이나 기업 중 비과세 또는 면제대상을 찾아내서 채혈을 하면 기존 채혈자(납세자)의 채혈량(세금)을 다소 줄이더라도 부족한 혈액(세금)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조세당국이 누차 강조해온 ‘세율은 낮추고 세원은 넓게’ 하여야 한다는 조세정책은 바른 방향으로 보이고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 세율 인하정책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채혈량(세금)은 줄이고 채혈대상(과세대상)은 확대”라는 조세정책이 결실을 맺어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가 모두 함께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변 흥 섭 /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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