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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租稅法律主義의 成立背景
조세의 개념은 우리나라 헌법이나 세법에 정의된 바가 없으나 헌법재판소 결정(헌재 1990.9.3 89헌가95결정)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거나 경제적·사회적 특수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 또는 주민에 대하여 아무런 특별한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부과 징수하는 과징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조세의 역사는 인류 역사와 같이 하지만 조세가 국가의 재원조달수단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근대시민국가의 성립 이후이다. 고대나 중세시대의 절대왕정체제하에서는 국가는 곧 군주와 동일시되고 국가의 재산은 군주의 사유재산으로 간주되었으므로 군주는 필요한 경우에 자의로 국민으로부터 경비를 징수하면 그만이었고 국민은 이와 같은 공납을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그러나, 17세기 영국에서 비롯된 시민혁명은 절대왕권을 무너뜨리고 입헌국가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그 시민혁명과정에서는 국민이 군주로부터 개인의 신체의 자유 및 재산권적 기본권을 쟁취하는 것이 주요목표였고 조세는 재산권의 핵심 내용이었다. 근대시민국가하에서는 모든 재산이 시민에게 귀속되고 국가는 원칙적으로 재산을 가질 수 없게 되었으므로 국가운용에 필요한 경비는 시민들이 납부하는 조세로 충당하는 조세국가형태가 성립되게 이르렀다.
조세의 부과 징수 등은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제정한 법률로만 가능 하도록 한 것이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이다. 전제군주의 자의적인 과세권행사에 대한 시민계급의 투쟁의 역사를 통하여 성립된 조세법률주의의 역사적 발전과정 및 근대헌법의 국민주권 주의적 원리에 비추어 조세는 주권자인 국민이 법률의 형식으로 나타난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따라서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租稅法律主義의 意義
조세법률주의라 함은 법률의 근거 없이 조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고 국민은 조세의 납부를 요구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조세법률주의는 조세행정상 조세부과의 법적 근거로서의 일면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봉건국가에서 과세권자의 자의적인 과세를 배제하고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원리로서 탄생하였기 때문에 국민의 납세의무의 한계를 법률로서 명확히 한다는 의미가 더 중요한 것이다.
헌법재판소(1995.7.21 결정 92헌바27, 94헌바6.47 병합)는 “조세행정에 있어서의 법치주의의 적용은 조세징수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법적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 과세요건법정주의와 과세요건명확주의를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지만 오늘날 법치주의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 또한 기본권보장의 헌법이념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의미하며 헌법 제38조, 제59조가 선언하는 조세법률주의도 이러한 실질적 법치주의를 뜻하는 것이므로 비록 과세요건 법률로 명확히 정해진 것일지라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것이 아니고 조세법의 목적이나 내용이 기본권보장의 헌법이념과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상의 제원칙에 합치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라고 조세법률주의의 현대적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1990.12.26 선고 90누5399판결)에서도 세법에 근거 없이 제공한 납세보증은 사법상의 보증계약에 의한 납세의 보증에 불과하여 당연 무효라고 판결하고 있다.
3. 租稅法律主義와 租稅公平主義와의 關係
조세법의 기본적 해석원칙으로서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는 구체적 사안의 해결에 있어서 종종 상호 대립·저촉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의문이 있는 당해 조세법의 해석시 위 두 원칙의 저촉과 대립을 반드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어느 가치기준을 우위로 보느냐에 따라서 조세법의 해석론은 결론을 달리하게 된다. 그러므로 조세법해석자는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의 관계를 설정하고 그 가치기준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것을 더 우위의 가치기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견해가 대립한다.
첫째, 조세공평주의와 조세법률주의를 대등한 가치기준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조세공평주의와 조세법률주의를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동일차원의 가치기준으로 보고서 조세공평주의를 하나의 실 질적 수단으로서 조세법률주의를 하나의 형식적 수단으로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세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조세법률주의만을 절대원칙으로 주장하거나 조세공평주의만을 조세법의 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고 양자를 다 같이 중시하여 종합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입법상 조세공평주의, 해석상 조세법률주의를 우위의 가치기준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조세부담의 공평을 조세제도 자체의 존립의 기초가 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세공평주의는 조세입법상 조세법률주의에 우선하는 원칙이 된다고 한다. 한편 조세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조세법률주의의 이상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세공평주의에 기초하여 조세법규의 규범적 의미내용을 확정하는 방법으로 조세정의를 실현하여야 한다고 한다.
셋째, 조세법률주의를 우위의 가치기준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조세법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기준은 조세법률주의이며 조세공평주의는 조세법률주의의 하위의 가치기준이므로 조세법률주의의 테두리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한다. 따라서 조세공평주의는 조세법률주의에 의한 국민의 재산권보장범위 내에서 보충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넷째, 조세법률주의만을 절대원칙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조세법의 해석원칙으로서 조세공평주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조세공평주의에 의하여 해석·적용하는 경우에 과세권자의 자의적 과세를 용납하게 되고 국민의 경제생활에 있어서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를 침해하는 결과 조세법률주의를 형해화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조세법의 해석에 있어서 어떤 원칙을 최고의 가치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는 궁극적으로 무엇이 조세정의에 가장 합치하는가 라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세법의 최고 해석원칙을 생각하건대 조세법률주의는 곧 조세정의의 수단 내지 조세법의 목적으로서 조세법에서 최고의 가치기준이 된다고 본다. 물론 조세공평주의에 의하여 부분적으로 조세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조세공평의 실현이라는 이름아래 납세자에게 불리하게 극단적으로 자의적인 조세법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조세정의는 조세법률주의를 당연한 전제로 한다. 따라서 조세공평주의는 조세법에서 실질적·경제적 목적달성을 위한 해석원칙으로서 조세법률주의를 보충하여 납세자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고려되어야 한다. 국내의 학설도 대부분 조세법률주의를 조세법 최고의 해석원칙으로 보아야 한다는 데에 견해가 일치한다.
그러므로, 조세공평주의는 조세법률주의보다 하위의 가치기준이고 조세법률주의의 테두리 내에서만 기능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조세부담의 공평, 조세회피의 금지, 공공의 복리, 경제적 실질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조세법에서 최고의 해석원칙인 조세법률주의의 양보를 요구할 수 없다고 본다.
4. 租稅法律主義의 內容과 解釋上 問題點
1) 嚴格한 文理解釋原則
조세법률주의의 요청에 기해 조세법해석의 방법은 제1차적으로 엄격한 문리해석을 행하여야 하며 제한된 범위 내에서 목적론적 해석 등 다른 해석방법을 허용할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엄격한 문리해석은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하되 유추해석과 확장해석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조세법의 해석에 있어서 문리해석이 중시되는 이유는 당해 법규의 문언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신뢰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세공평주의의 내용, 즉 조세부담의 공평이 실현되고 있는가 또는 무엇이 공평한 것인가라는 생각은 우선 입법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법규의 문언에 표현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조세공평주의는 실정법의 해석한계인 법규정의 문언의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의도를 실현하도록 해석해야 하고, 그 규정의 문언을 넘는 해석은 이미 해석이 아니라 새로운 입법을 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조세법의해석에 있어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3.1.24 선고 2002두9537 판결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2) 課稅要件法定主義
가) 과세요건법정주의는 납세의무자, 과세물건, 과세표준, 세율 등과 같은 과세요건, 납세의무를 성립시키고 이를 변경·소멸시키는 실체법적 사항과 부과·징수절차에 관한 절차적 사항은 물론 환급·불복·벌칙 등에 관한 사항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제정한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세요건법정주의에 의하면 법률의 위임 없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제정하여 과세요건을 확대, 변경, 축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고 또한 법률의 규정이 아닌 관습법 또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가세요건을 창설할 수 없다.
그러나 조세에 관한 모든 사항을 법률유보사항으로 하여 모두 조세법률 속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이상이지만 모든 조세 법률사항을 빠짐없이 조세 법률로 규율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특히 조세법은 그 입법사항을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에 위임하는 경우가 다른 법분야 보다도 현저히 많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조세라는 것이 경제적 부담이어서 조세법은 결국 유동적인 경제적 사실 상태를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매우 복잡하고 전문적·기술적 법규로 구성된다. 그리하여 조세에 관한 많은 법률에서는 그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의 제정을 대폭 행정부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세법령에 있어서 모법인 법률의 근거 없이 하위규범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과세요건에 관한 사항을 정함은 당연히 조세법률주의를 정한 헌법위반으로 무효이다.(대법원 1991.10.22 선고 90누9360 전원합의체판결)
또한, 포괄위임에 의한 위임입법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은 조세법령에 있어서도 당연하다. 그런데, 조세법령은 포괄위임에 해당하는 위임방법을 통해 법률로 정할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하거나 또는 직접 시행규칙에 위임하는 경우도 있다.(헌재 1998.7.16 선고 96헌바52 구 지방세법 제112조 제2항 위헌소원 ; 고급주택, 고급오락장이 무엇인지 하는 것은 취득세 중과세요건의 핵심적 내용을 이루는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하지도 않고 또 그 최저기준을 설정하지도 않고 단순히 “대통령으로 정하는 고급주택” 또는 “대통령으로 정하는 고급오락장”이라고 불명확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중과세 여부를 온전히 행정부의 재량과 자의에 맡긴 것이나 다름없을 뿐만 아니라 입법목적, 지방세법의 체계나 다른 규정, 관련법규를 살펴 보더라도 고급주택과 고급오락장의 기준과 범위를 예측해 내기 어려우므로 이 조항들은 헌법상의 조세법률주의,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위임입법의 남발은 모법에서 정하는 수권범위를 넘어서 납세의무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시키는 결과가 되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대법원 2003.3. 16 선고 98두11731 전원합의체 판결 ; 법인의 설립 등으로 인하여 최초로 과점주주가 된 자가 다른 주주로부터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그 취득일에 과점주주 소유의 주식 전부를 취득한 것으로 보아 취득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구 지방세법시행령 제78조 제1항의 효력은 무효라 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위임규정이 없다하더라도 그 명령규칙의 내용이 모법의 내용을 확인하고 모법에서 규정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 산정방식을 정한 정도에 불과할 뿐이라면 그 명령규칙을 위임의 근거 없는 무효의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대법원 1983.2.8 선고 82다601 판결 ;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49조의2는 동법 제13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과세요건인 용역의 시가에 관한 구체적 산정방식을 정한 것에 불과할 뿐이지 모법에 규정한 것과 다른 내용의 과세요건을 규정하거나 모법에 없는 과세요건을 신설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조세위임입법의 경우에 개별수권의 원칙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보다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위임입법이 국가의 재정수요의 필요성에 기인하더라도 국민의 재산권보장과의 조화라고 하는 한계가 있고 거기에서 과세요건 법정주의의 중요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위임입법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그 규제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조세법규는 국민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많은 규범이므로 다른 법규보다도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에 대한 납세의무의 결정 혹은 과세여부 자체가 입법권을 가진 의외의 아무런 통제도 없이 과세관청에 의하여 좌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 과세요건법정주의에 의할 때 조세법의 법원으로서 인정되는 것은 헌법, 법률, 법률에 의해 위임된 범위 내에서의 명령, 지방자치단체에 있어서의 조례·규칙과 그 밖에 조약 등이 있다. 그러나 세무행정의 실정은 이러한 법원 이상으로 많은 양을 가진 조세예규와 조세통칙이 있고 이것이 세무행정청의 공무원들에게 법원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조세법에서 예규, 통칙 등은 세무행정청에게 조세법의 해석 및 집행에 대한 통일적·공통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조세법의 해석 및 요건사실의 인정에 있어서 실무상의 혼란을 제거하고 행정의 효율화에 이바지한다. 그리고 세무당국의 공적견해를 국민에게 공표하는 것이므로 납세자는 예측가능성을 보장받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예규 및 조세통칙은 일종의 행정해석에 불과한 것인데 법률의 수권 없이 사실상 조세법의 법원으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예규 및 조세통칙에 의해서 새로운 과세가 행해지는 경우 과세요건 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다.
예규 등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세무행정청 내부에서 하급세무공무원을 구속하는 효력을 갖지 않기 때문에 국민에 대하여 사실상의 효력을 가질 뿐 법적 효력은 갖지 않는다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판례는 과거에 조세훈령은 과세관청 내부에서 세법해석의 기준 및 집행기준을 시달한 행정규칙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법원이나 납세의무자를 구속할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하여 대외적인 법적 효력을 부인하여 왔다.
3) 課稅要件明確主義
과세요건을 법률로 규정하였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면 국민의 경제생활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려움은 물론이고 그 해석에 있어서 과세관청에 의한 자의가 개입되어 조세법률주의를 형해화 할 위험이 있다. 그렇지만 조세법을 집행함에 있어서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고 조세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불확정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조세회피방지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확정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바로 과세요건명확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문제는 조세법에서 불확정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용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불확정개념에는 그 내용이 지나치게 일반적이거나 불명확하기 때문에 해석에 의하여 그 의의를 명확히 하기 어려운 불확정개념과 주로 경험칙이나 사회생활을 통하여 통상 알 수 있는 개념들을 전체적인 법의 취지나 목적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해석을 함으로써 그 규정의 의미·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객관적 기준의 확정이 가능한 불확정개념 이어야 한다.
조세법은 사법영역의 규범과 달리 단지 재판규범이기 전에 무엇보다도 행위규범이기 때문에 직접 국민에 대하여 구속력이 있다. 더욱이 현행 세법에서 많은 경우에 신고납세방식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납세자가 납부해야 할 세액은 납세자가 납부해야 할 세액은 납세자 자신이 법령을 해석·적용하여 산출해야 하므로 납세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어야 할 것이다.
조세법은 과세요건을 법률로써 정하지만 그 중에서 과세물건을 사적 계약행위라든가 사적계약행위를 원인으로 한 소득, 상속, 증여 등의 개념으로 파악한다. 즉 과세물건은 사법적 계약질서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그 결과 민법, 상법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개념을 직접 간접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사법 등의 개념의 사용문제는 반드시 조세법에만 있는 특수한 문제는 아니고 각 법역에서 광범위한 현상이다. 여기서 조세법에만 사용되는 개념을 ‘고유개념’, 조세법 이외의 민법, 기타 법률에서 사용되고 있는 개념을 조세법에 그대로 차용한 개념을 ‘차용개념’이라고 한다.
과세요건명확주의에 의할 때 차용개념을 조세법에 도입하여 사용함에 있어서 그 개념은 예측 가능하도록 그 내용과 범위를 확정시킬 것을 요구한다. 차용개념은 민법 기타 법률상의 당해 법목적에 따라 규정된 개념이기 때문에 그 내용이 반드시 조세법질서에 합치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차용개념의 내용이 불명확하다면 과세요건명확주의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8.3.27 선고 2007도7561 판결. 지방세포탈 범행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에 의한 가중처벌의 대상인지 여부)
4) 合法性의 原則
조세법에 있어서 합법성의 원칙이라는 것은 과세요건이 충족된 이상 법정의 조세채무가 발생하며 조세를 부과·징수하는 과세관청은 임의로 조세를 감면할 수 없으며 또한 당사자와의 합의에 의한 포기, 징수유예도 있을 수 없고 오로지 합법적인 소정의 절차에 따라 납세자에게 조세를 부과·징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합법성의 원칙의 발생효과로서 과세관청이 그 재량으로 조세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거나 연납을 허가하는 것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조세합의 또는 조세계약은 무효이다. 이러한 합법성의 원칙은 납세자에게 불리한 경우와 유리한 경우에 모두 미친다.
이처럼 합법성의 원칙에 의하여 조세법의 집행과정에서 세무행정청의 자의에 의한 부정의 개입소지를 막고 납세자 개인에 따라 조세법상 취급이 다르게 되어 조세부담의 공평을 해치게 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납세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조세법률주의의 형해와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징수를 위한 소송에 있어서는 실무상 일정의 조건이 만족된 경우에 법원의 화해권유에 따라서 소송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에 재판상 화해를 통해서든지 당사자간 사실상의 화해를 통해서든지 소송이 취하에 의해 종료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세관청과 납세자간에 과세의 기초자료조사 및 사실관계 파악에 있어서는 일정한 조건하에 합의 또는 타협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하여 독일의 연방재정법원은 법률문제에 대한 화해만이 인정될 수 없으며 이해관계인은 명백하게 부적절한 결과가 발생할 경우에 확정하기 곤란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타협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러한 합법성의 원칙에 대한 예외는 법률을 통하여 가능하게 된다. 예컨대 현행법상 납세를 완화시키는 제도인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납부·징수의 기한연장, 분할납부 외에도 징수유예제도, 체납체분유예제도, 체납처분의 중지, 결손처분이 있고, 그 외에 조세특례제한법상의 각종 조세감면, 면제 등이 있다.
5) 遡及課稅禁止의 原則
일반적으로 법은 그 시행 전에 종결된 사항에 관하여는 소급하여 당해 법규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법률소급효금지의 원칙이라고 한다. 조세법에서 소급효금지의 원칙인 소급과세금지의 원칙은 기득권의 존중, 법적안정성의 보장, 신뢰이익의 보호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므로 조세법률주의의 중요한 내용을 구성한다.
소급과세금지의 근거는 헌법의 규정이다. 헌법 제13조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 재산권의 박탈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권의 박탈에는 조세의 부과·징수가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또한 조세법률주의를 정한 헌법 제38조, 제59조의 규정도 그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위 헌법규정들에 근거할 때 소급적용에 의한 과세는 원칙적으로 헌법위반이 된다. 또한 현행 국세기본법 제18조 제2항에서 “국세를 납부할 의무가 성립한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에 대하여는 그 성립 후의 새로운 세법에 의하여 소급하여 과세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조세법에 있어서 소급적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조세법에서 소급효금지의 원칙이 일정조건하에서 완화되어 예외적으로 소급과세금지의 원칙을 배제시킬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로서 ①공익상의 필요성이 현저할 때 ②헌법상 의문시되는 현행법질서가 개정법에서 시정되었을 때 ③개인의 권리·이익을 증진시킬 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의 판례도 납세자의 기득권을 침해하지 않을 때, 경미한 사항으로서 납세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 때에 조세법의 소급적용을 인정한다.
한편 조세법규의 개정 이전부터 계속 되어오던 사실에 있어서 납세자의 유리한 법적 지위를 사후적으로 불리하게 변경시키는 부진정소급효는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이다. 예를 들어 회계연도 중에 법이 개정되어 비과세대상이 과세대상이 된 경우, 사업연도 중에 세율이 인상된 경우, 사업연도 도중 과세시가표준액에 의한 가액산정방식이 개별공시지가에 의한 산정방식으로 바뀌게 되어 세액의 범위가 넓어진 경우에도 소급과세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다.
아직 종료하지 않는 사실에 대하여 조세법이 적용되는 것은 국가재정정책의 필요에 수시로 대처할 수 있는 입법자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가지며, 납세자의 법적 신뢰를 크게 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논거이다.
이에 반하여 조세법에서 부진정소급효의 인정도 결국 소급과세임에 틀림없으므로 조세법률주의에 비추어 금지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 논거는 일반적으로 납세자가 조세부담을 예측하여 사업계획을 세우고 경제획득들 하며 그러한 예측과 계획의 바탕은 그 당시에 시행되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세부담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개정된 법을 적용한다면 소급과세금지의 원칙의 이념적 바탕이 되고 있는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 및 납세자의 신뢰보호를 크게 해친다고 한다.
생각건대, 법률의 소급적용으로 이한 재산권박탈을 금지시키고자 하는 헌법의 취지에 따르면 납세자에게 이익이 되는 조세법의 소급효는 일정한 조건하에서 인정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소급효를 인정하여야 할 합리적인 기준의 설정이 문제이다. 부진정소급효의 경우라도 개정된 법에 의한 과세로 인하여 납세자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결과가 발생하여 결국 조세법의 존속에 대한 납세자의 신뢰를 크게 해하는 경우에는 부진정소급효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소급과세금지의 원칙에 있어서 예측가능성의 확보를 절대적·배타적 원칙으로 할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조세효과를 고려해서 재산을 취득하고, 근로하고, 투자하고 있는데 만일 그 예측가능성을 완전히 보장해야 한다면 세제개혁 내지 조세법규의 개정을 전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예측가능성의 완벽한 보장은 불가능하다고 보여고 다만 그 취지를 살려서 납세자가 크게 손해 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급효를 인정해야 할 것이지만 그 범위는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과제이다.
6) 適法節次의 原則
조세법에 있어서 적법절차의 원칙은 헌법에 있어서 각종의 절차적 보장원칙의 조세법분야에서의 적용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조세의 부과·징수는 공권력의 행사이기 때문에 적법절차에 입각해야 하고, 이에 대한 쟁송도 또한 공정절차에 의하여 해결하여야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것은 조세법률주의의 파생원칙인 합법성의 원칙의 절차적 측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원칙은 조세의 부과·징수절차 및 이에 대한 쟁송절차에 있어서 적정절차를 유지케 함으로써 납세자의 경제활동에 있어서의 법적안정성을 보장하려는 취지이다. 이러한 절차적 합법성의 원칙은 현대적 법치주의의 핵심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세무행정은 대량적이고 반복적이어서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다른 분야보다 훨씬 많으므로 적정절차의 필요성이 더 강하다.
국가권력의 행사는 그것이 법률에 정한 일정한 절차에 따라서 행하여진 경우에 한해서 적법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질문·검사권의 발동, 소위 세무조사와 관련된 것이다. 세무조사는 과세요건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기초하여 세법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납세액을 확정하는 과정인데 이러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질문·검사권의 적정한 행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질문·검사에 관련된 세부절차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절차에 위법이 있는 세무조사권의 행사에 대하여는 납세의무자가 답변하지 아니하고 검사를 거부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서 조세범처벌법상의 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중요한 문제는 법적 한계를 넘는 질문·검사권의 행사로 인하여 위법한 조사가 행해졌고, 이에 기하여 과세처분이 이루어졌을 경우 그 과세처분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적법절차원칙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적정절차에 위반한 것으로서 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현행 국세기본법 및 국세징수법 등을 조세법률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이루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많은 절차적 규정을 두고 있다. 만일 이와 같은 법정절차를 지키지 아니하면 그 부과·징수처분은 적법하지 않는 것으로서 위법하여 취소사유가 될 뿐만 아니라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는 무효가 된다.
대법원에서는 과세표준과 세액을 통지하는 경우에 납세고지서에 각 납세의무자들의 성명과 과세연도, 세목, 세액 및 그 산출근거 내지 계산명세 등을 기재하여 납세의무자별로 특정하여야 하고 이를 기재하지 않거나 누락시킨 납세고지는 위법하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3.12.21 선고, 93누10316판결). 또한 연대납세의무자의 상호연대관계는 이미 확정된 조세채무의 이행에 관한 것이지 조세채무의 성립과 확정에 관한 것은 아니므로 연대납세의무자라 할지라도 각자의 구체적인 납세의무는 개별적으로 성립. 확정됨을 요하는 것이어서 구체적인 납세의무확정의 효력발생요건인 과세처분은 별도로 되어야 하는 것이고 따라서 연대납세의무자 중 1인에게 납세고지서를 송달하였다고 하여 다른 의무자에게도 적법한 납세고지로서의 효력이 발생할 수는 없다고 판시 하고 있다.(대법원 1994.5.10 선고 94누2077판결)
국세징수법 제24조제1항1호는 납세자가 독촉장을 받고 지정된 기한까지 조세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납세자의 재산을 압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독촉이 행하여지지 않거나 무효인 독촉에 기하여 행한 압류처분은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판례도 독촉 없이 행한 압류처분은 위법하거나 무효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독촉절차 없이 압류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러한 사유만으로는 압류처분이 당연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경우도 있음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조세법률주의는 위법한 부과, 징수가 행해진 경우에 납세자가 과세청과 공평하게 다툴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그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납세자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는 위법한 조세처분에 대한 공정한 조세쟁송제도가 필수적이고 이것은 조세법률주의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 김 외 석 / 국무총리 조세심판원 지방세조사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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